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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쁜놈 '요기요'… 더 나쁜놈 '배민'?

강동완 2020. 4. 24. 16:10

원래 나쁜놈 '요기요'… 더 나쁜놈 '배민'?

김설아 기자  |   2020.04.22 05:33

 

‘공공의 적’이 된 배달의민족(배민)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 4월1일 수수료 개편방침을 바꾼 지 딱 열흘 만이다. 소비자 불매운동, 정치권의 비난, 소상공인의 반발 등 혹독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결정이지만 무엇보다 '4조7000억원의 초대형 빅딜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배달앱 1위 배민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시장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 운영사인 독일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다. DH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인수를 마치면 한 지붕 세 가족이 되는 셈. 이후에도 각 배달앱은 별도로 운영될 예정이다.

세 회사는 각각 운영 방침과 시스템, 수수료율까지 특징이 모두 다르다. 어떤 곳은 수수료율이 매우 높고 다른 곳은 등록음식점 숫자가 월등히 높다. 또 다른 곳은 포인트 적립률이 높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 세 회사가 결국 한 기업이 98% 이상 독점하는 체제로 바뀌고 나면 사측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전환될 수 있어서다. 배달앱에 등록된 한 업주는 "세 회사가 합병하고 나면 배민이 다시 정률제로 전환하고 5.8%인 수수료를 자연스럽게 10%까지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주도 "독일기업에 인수합병되면 정률제가 다시 살아나거나 요기요 절차를 밟아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될 것"이라며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이들의 합병 앞에 갑질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갑질 끝판왕 ‘요기요’… 왜 조용한가 이 와중에 유독 배민 수수료 개편만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배달앱 2위인 요기요는 배민에 비해 수수료가 두배 이상 높다. 요기요의 중개수수료(개인 업주 대상)는 12.5%의 정률제다. 여기에 부가세와 카드결제대행수수료를 포함하면 최대 15.5%에 달한다.

일부 업주는 "갑질의 끝판왕은 요기요"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요기요는 이번 수수료 논란에서 한발 빗겨간 모양새다. 업계에선 ▲요기요 매출이 배민에 비해 낮은 점 ▲배민보다 멤버십 운영으로 더 탄탄한 소비자층을 보유한 점 등 다양한 이유가 나오지만 크게 두가지 배경으로 해석한다. 

먼저 영업방식의 차이다. 요기요는 개인 점주 대신 프랜차이즈에 주력하는 영업방식을 내세운다. 이에 비해 배민에는 영세사업자나 개인자영업자들이 많다. 요기요는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협상을 통해 연간 단위로 계약을 맺는 대신 수수료를 대폭 인하해준다. 브랜드별 수수료는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5~8% 수준. 개인업주들의 수수료에 비해 현저히 낮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기요 매출이 크지 않고 수수료가 높아 (요기요를) 해지한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배민에 비해 규모가 있는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장사하기 때문에 이번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는 높지만 요기요 시스템이 오히려 합리적이란 시각도 있다. 요기요는 개인업주들에게 받는 수수료만큼 본사 차원에서 이벤트나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누구나 5000원 할인' 이벤트도 모든 카테고리 음식 주문에 대한 할인비용을 전액 본사에서 부담했다. 2018년 11월엔 1만원 이하 주문 수수료도 없앴다. 

배민에 비해 리뷰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의견도 있다. 리뷰와 별점에 따라 주문의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리뷰 하나하나에 신경써야하는 배민과는 달리 요기요는 리뷰 의존도가 낮다는 것이다. 한 업주는 "요기요는 리뷰서비스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더 이득"이라며 "리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좋다"고 평가했다. 

배보다 배꼽 큰 정액제… 가격 더 비싸기도물론 문제점도 있다. 배민이 정액제 상품인 '울트라콜'을 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에 판매하는 것처럼 요기요도 정액제 상품인 '우리동네 플러스'를 운영한다. 대신 공개입찰 방식이고 이 요금제에 가입하기 위해선 1개월 이상 정률제를 사용해야 전환할 수 있다. 정액제 상품 역시 수수료 부담 이상으로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지역의 동에 7만9900원만 내면 끝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지역 동 수에 음식 카테고리 수를 곱한 뒤 다시 7만9000원(부가세 별도)를 곱한 금액에 온라인결제수수료 건당 발생(부가세 별도)을 더해야 한다. 5개 동에 3개 카테고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온라인결제수수료를 빼고도 120만원에 가까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높은 수수료 부담 탓에 같은 업체가 배민과 요기요 음식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기도 한다. 한 업주는 "요기요 수수료가 높다보니 배민보다 배달팁을 1000원 더 받고 음식값도 500~1000원씩 더해 놨다"며 "이렇게 하지 않고선 도저히 높은 수수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럼에도 배민만 유독 비판의 중심에 선 이유는 그동안 업주들과 소비자들의 반감을 키워왔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요기요는 과거부터 업계 최고 수수료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던 반면 배민은 최근까지 수수료 개편을 여러차례 단행해오면서 '상생요금', '광고 동결' 등 업주들의 편에 섰다는 식의 마케팅을 펼쳐왔다. 초기 애국심을 자극하는 '한민족'을 내세우면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지만 결국 독일기업에 매각돼 반감을 키웠다는 비판 여론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정적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 수수료 개편을 단행하면서 믿었던 배민에게 배신당했다는 반감 심리가 크게 확산된 것"이라며 "더구나 기업결합심사를 앞두고 논란을 키우면서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겠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고 꼬집었다. 

배달앱 삼국지… 합방 가능할까 시선은 이제 마지막 남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결합심사에 쏠린다. 우아한형제들과 DH의 합병은 아직까지 '계약체결' 상태일 뿐. 이들의 합병 성공 여부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독과점 심사에 달렸다. 이 결과에 따라 승인되거나 아예 불허될 수도 있는 상황.

수수료 개편 전엔 공정위 판단이 불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기류였다. G마켓과 옥션 등 과거 조건부 승인 전례가 있는데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기업결합 불허 의견을 낸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민과 요기요의 독점적 지위를 막아야 한다는 소비자와 정치권 등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과는 이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배민 입장에선 공정위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상황에서 이번 수수료 개편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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