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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일까, 광고일까?" TV프로그램 인기에 편승한 CF '눈길' 강산 기자 | 2018.05.15

강동완 2018. 7. 20. 18:16



#반려견 2마리를 키우는 직장인 B씨(50)는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민박’을 보고 SUV차량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우연히 효리네민박집과 비슷한 배경에 백구들이 짖는 장면의 레인지로버 벨라 CF를 본 B씨는 재규어랜드로버 전시장을 찾기로 했다.

#대학생 A씨(25)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즐겨보고 있다. 이영자가 소개하는 음식은 모두 맛있어 보인다. 최근 롯데리아 ‘베이컨 롱 치즈스틱’ CF에 이영자가 나오는 것을 보고 호감이 생긴 A씨는 곧바로 롯데리아로 향했다.
/사진=JTBC '효리네민박2' 캡처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최근 많은 기업들이 예능프로그램 PPL(간접광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성공하기 어렵지만 프로그램이 한번 뜨면 광고 효과가 적지 않다.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을 본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제품에 빠져버린다.

최근 이같은 PPL 뿐만 아니라 거꾸로 방송의 인기를 활용한 광고도 눈에 띈다.

볼보는 ‘효리네 민박’에 ‘XC90’을 협찬하고 있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타는 모습과 제주도의 아름다운 배경이 어우러지면서 광고효과가 배가 됐다. 특히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SUV차량에 관심이 더 많아진다. 이런 가운데 효리네민박과 유사한 배경의 레인지로버 벨라 CF가 방영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헷갈려 한다.

하지만 랜드로버의 홍보대행사 플랫컴 관계자는 “해당 광고가 ‘효리네 민박‘의 이미지와 흡사하다는말은 처음 듣는다”며 “해외에서 제작됐기 때문에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규어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광고. /사진=한국광고총연합회 광고정보센터 캡처
해외에서 제작된 ‘레인지로버 벨라’ 광고는 효리네민박을 염두하고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의도와 상관 없이 주택, 동물 출연 등 예능프로그램과 비슷한 이미지라는 점만으로도 소비자를 유혹한다. 반려견을 키우거나 차의 크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쉽게 매료된다.

예능프로그램과 광고의 결합은 차량 뿐 아니라 음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롯데리아는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김치만두, 핫도그 등에 대한 기가 막힌 맛 표현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이영자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광고 속 이영자는 롯데리아의 인기 상품인 '모짜렐라인더버거', '베이컨 롱 치즈스틱'에 대한 남다른 맛 평가를 보여줬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고품격 먹방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매니저와 차 안에서 치즈스틱에 대한 화려한 맛 평가를 하면서 대중에게 제품을 소개했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즉각 전지적 참견 시점을 떠올리며 이영자의 먹방 장면에 동화돼 구매 충동을 느끼게 된다.

롯데리아 홍보팀 관계자는 <머니S>와의 전화에서 "전지적 참견 시점의 이영자가 롯데리아 시그니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광고를 낸 초반이라 특정 효과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활용한 CF 제작이 광고산업에서 중요시하는 창의성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미 잘 알려진 프로그램 인기에 편승해 쉽게 광고를 만들어 소비자를 현혹한다는 비판이다.

중견 광고대행사에서 AE로 일하는 최정환씨는 "정확한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가 아닌 이미지 광고라고 해도 이미 만들어진 방송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CF가 많아질수록 소비자들이 더 빨리 식상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산 kangsan@mt.co.kr  | 

강산 기자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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