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한 마리 팔면 1000원 남아요"
[커버스토리-브랜드만 717개…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 ②] 프랜차이즈 치킨값은 왜 비쌀까?… 재료비 상승에 배달비용도 큰 혹
연희진 기자 2022.09.19 06:40
편집자주|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간식은 단연 '치킨'이다. 국민 간식으로 불리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만 700개가 넘을 정도로 사실 '레드 오션'이다. 이런 가운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외부로 시끄러운 치킨업계의 속내와 눈물짓는 가맹점주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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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마트 치킨이 인기를 얻으며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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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치킨을 둘러싼 진짜 '치킨게임'… "끝까지 간다"
② "치킨 한 마리 팔면 1000원 남아요"
③ '치킨 전쟁'… 빅3에 대적하는 신흥 강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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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치킨 열풍의 이면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에 대한 저항이 담겨 있다. 현재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후라이드 기준 평균 2만원대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 3사(교촌·bhc·BBQ)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불을 당긴 곳은 교촌치킨으로 2021년 11월 주요 메뉴 가격을 1000~2000원 올렸고 이에 맞춰 bhc가 한 달 뒤인 그해 12월 같은 수준의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관련 자재 가격 인상에도 버티던 BBQ는 올 5월 사이드메뉴와 음료·주류를 제외한 모든 메뉴 가격을 2000원 올렸다. 그렇다면 현재 2만원대의 치킨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닭고기와 튀김유 가격 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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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가격 추이./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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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기본적으로 닭을 튀긴 음식인 만큼 닭고기와 튀김유 가격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육계 1㎏ 가격은 ▲2017년 3313원 ▲2018년 3142원 ▲2019년 3041원 ▲2020년 2885원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해 3343원으로 급등했다. 이는 닭을 기르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사룟값 등이 뛰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의 경우 작황 부진으로 곡물가격이 크게 올랐다.
올들어서도 인건비에 영향을 미치는 최저시급 상승과 함께 닭의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닭고기 가격이 더 뛰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3600원으로 올랐던 육계 1㎏ 가격은 7월엔 3700원까지 뛰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2015년 100 기준)는 지난해 3분기 141.4에서 4분기 142.9로 소폭 상승한 데 이어 올들어선 ▲1분기 169.3 ▲2분기 193.3 등으로 급등했다. 다만 3분기(169.6)엔 전 분기 대비 23.7포인트 떨어지는데 이어 4분기에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이처럼 곡물가격 인상에 따른 닭고깃값 상승에도 업체들이 과도하게 치킨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2021년 기준 닭고기 출하 비중의 97.6%가 종계-부화-사육-도계-가공 등 일체 관장하는 업체들의 계열 출하"라며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닭을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닭고기 가격을 핑계 삼아 과도하게 치킨 가격 인상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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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관계자가 튀김유 산패도를 체크하고 있다./사진제공=b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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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치킨업계는 닭고깃값 인상 외에도 콩을 비롯해 튀김유에 쓰이는 대다수 원재료 가격이 뛰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용유뿐 아니라 특화 튀김유인 올리브유나 해바라기유 역시 스페인과 유럽 곡창지대 등에서 주로 수입하는 만큼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인해 사실상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것도 치킨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업계는 밝혔다.
BBQ 관계자는 "고유가, 고환율 등으로 인해 물류비용이 많이 올랐다"며 "여기에 지난해 겨울 스페인에 한파가 들이닥치고 올해는 폭염이 이어지는 등 기후 상황이 좋지 않아 공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쓰고 있는 BBQ는 지난 4월 공급가를 15㎏당 12만원에서 16만원으로 33% 인상했다.
bhc는 지난 7월 튀김유 가격을 15㎏당 9만750원에서 14만6025원으로 61%나 올렸다. 당시 bhc 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해 해바라기유 국제 시세가 급상승하면서 지난 6월 공급 협력사로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해바라기유 납품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해바라기씨의 70% 가량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다. bhc는 국제 가격이 안정되면 공급가도 인하할 것이란 입장이다. 실제 7월 5.3% 내린 데 이어 9월 중 3.7% 추가 인하했다. 다만 일부 가맹점주 사이에선 "올릴 땐 61%나 올려놓고 내릴 때는 소폭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마리 팔면 1000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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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와 굽네가 마주보고 있는 종로거리./사진=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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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지금처럼 힘든 상황이 없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빅3 중 한 브랜드의 치킨집을 운영하는 점주는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이 나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며 "3~4년 전까지만 해도 한 마리 팔 때 5000원 가량 남았지만 지금은 1000원 정도 남는다"고 귀띔했다. 그는 "배달수수료에 임대료 등을 제하면 인건비나 겨우 남을 때도 많다"고 덧붙였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플랫폼 중개수수료는 결제 금액의 10%를 내고 있고 여기에 라이더 수수료를 기본 6000원 부담한다"며 "최근에는 포장 주문 시에도 수수료를 받는 업체가 생기면서 상황이 많이 어렵다"고 말했다. 합정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대부분 동네 장사인데 요즘 프랜차이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한숨마저 나온다"며 "매장 임대료가 가장 부담되는 것과는 달리 그런 걱정이 없는 마트 치킨과 비교하는 손님도 종종 있다"고 했다.
가맹점주들의 이 같은 호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치킨 3사의 상황은 다소 다르다. 지난해 치킨 3사의 영업이익률(별도 기준)은 ▲교촌 5.7% ▲bhc 32.2% ▲BBQ 16.8% 등이다. 2020년 ▲교촌 6.5% ▲bhc 32.4% ▲BBQ 16.5% 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다. 전체 치킨 프랜차이즈 평균 영업이익률은 10~15%대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본사에서 브랜드 지적재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가맹점 매출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거둔다"며 "국내에선 이런 개념 대신 제품 원가에 비용을 붙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천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요즘 치킨 프랜차이즈 매물이 많이 나온다는데 결국 다들 힘들다는 것 아니겠냐"며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출시 이후 매출이 소폭 줄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가맹점주들이 마치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비쳐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연희진 toyo@m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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