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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 하나씩 만화카페, 어떻게 대여점 밀어냈나 [채성오 기자]

강동완 2019. 2. 3. 18:47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주원씨(가명·35세)는 최근 홍대에 있는 만화카페를 들렀다.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던 김씨는 만화카페에서 음료가 포함되지 않은 1시간 이용권을 끊었다. 김씨는 3년 전 홍대·합정역 부근에 만화카페를 차렸던 지인이 몇개월 지나지 않아 업종을 바꿨던 기억이 떠올라 격세지감을 느꼈다.

소위 ‘만화방’으로 불렸던 도서임대업시장이 최근 3년새 만화카페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길 건너 한 블록마다 만화카페가 들어설 만큼 급속도로 확산된 모습이다.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가맹점 확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7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전년 기준 국내 만화방과 만화카페를 합한 만화임대업체는 821곳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도가 각각 171개와 164곳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만화업계는 통계 기준이 2016년인 만큼 올해 매장 규모를 1000개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면서 웹툰 이용비중이 급격히 늘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여점과 만화방이 서서히 사라졌다. 만화를 비롯한 도서를 전량 폐기하거나 헐값에 파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만화카페는 기존 만화방에 카페를 더한 비즈니스모델(BM)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실상 대여점을 대체했다기보다 신규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만화카페의 경우 휴식공간과 함께 먹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출판만화 수요층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이들까지 공략할 수 있다.

놀숲, 벌툰, 놀멘서가, 통툰 등 프랜차이즈와 함께 다양한 콘셉트를 빌려온 만화카페들이 주요 상권에 들어섰다. 최근 S.E.S. 전 멤버 유진이 들러 화제가 된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만화카페는 한옥 느낌 디자인과 독특한 콘셉트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루마루’와 ‘와사비시럽’ 같은 출판만화 불법복제 사이트가 폐쇄되면서 만화카페를 찾는 인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만화카페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설투자, 인테리어 등 초기 투자비용이 높아 창업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저작권 단속에 나서면서 출판만화를 스캔하던 사이트가 폐쇄돼 만화카페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만화카페가 단기간에 규모를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초기시장이 형성되는 시점에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공격적인 가맹유치를 벌이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본질은 휴식공간이기 때문에 추후에도 이런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cso8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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