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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톡] 커피전문점 '새해 다이어리'가 뭐길래 [김경은 기자]

강동완 2019. 1. 9. 20:55



연말을 맞아 신년 다이어리 수요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기록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아날로그 다이어리의 인기는 여전하다. 최근 몇년간 다이어리 판매량이 늘고 커피전문점에서 제공하는 다이어리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특히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 열풍이 불며 관련 시장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대를 거스르는 아날로그 다이어리의 인기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다이어리의 부활] ② 커피전문점, 올해도 ‘다이어리 전쟁’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빈 매장에 놓인 '2019 커피빈 플래너' 안내문. /사진=김경은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올해도 커피전문점들의 ‘다이어리 전쟁’이 시작됐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할리스, 이디야 등은 매년 연말이면 다이어리 이벤트를 진행한다. 일정 수량 이상의 음료를 마시면 다이어리를 증정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이벤트 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빠진다. 인기 있는 일부 다이어리는 품귀 현상을 빚거나 중고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기도 한다. 

커피전문점 다이어리의 인기는 국내 다이어리 시장 판도를 바꿨다. 문구업계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위축됐던 아날로그 다이어리 시장이 활기를 찾았다고 분석한다. 커피전문점 다이어리가 종이 다이어리에 대한 관심을 끌어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커피전문점은 왜 다이어리를 내놨나

시작은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 플래너는 2004년 처음 출시된 후 줄곧 인기몰이를 했다. 처음엔 60여개 매장에서 조촐하게 시작했지만 매장수가 1000여개로 늘어나면서 대규모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스타벅스 플래너가 큰 호응을 얻자 경쟁업체들도 앞다퉈 다이어리를 출시했다. 

당초 업체들은 충성 고객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다이어리를 제작, 증정했다. 하지만 수요가 늘자 ‘다이어리 마케팅’이 본격화됐다. 다이어리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오는 직접적인 유인책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는 간접효과도 있다. 다이어리는 1년 내내 곁에 두고 쓰는 제품이라서 고객이 브랜드에 쉽게 노출된다. 

다이어리는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11~2월이 커피전문점의 매출 성수기로 통할 정도다. 업계에서는 다이어리 열풍의 주역인 스타벅스의 11, 12월 매출이 다른 달보다 평균 20% 높을 것으로 본다.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다이어리 제작에 공을 들인다. 매년 기능과 색상, 사이즈, 디자인 등에 변화를 주기 위해 고심한다. 제작 비용과 준비 기간도 상당하다. 스타벅스는 다이어리 전담팀을 따로 두고 연초부터 고객의 의견을 받아 구상을 시작한다.

스타벅스 측은 “고객들이 다음 1년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자는 취지에서 다이어리 프로모션을 시작했다”며 “매년 다이어리에 변화를 주면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의 한 매장에 진열된 '2019 스타벅스 플래너' 5종. /사진=김경은 기자

커피전문점 다이어리는 매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엔 이종간 컬래버레이션이 유행이다. 스타벅스는 2014년부터 이탈리아 브랜드 ‘몰스킨’과 협업했고 지난해에는 색채 전문기업 ‘팬톤’과 함께했다. 

올해 스타벅스는 이탈리아 브랜드 '10꼬르소 꼬모', '몰스킨' 등과 협업했다. 투썸플레이스는 국내 문구 브랜드 ‘모나미’, 할리스커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일리라이크’, 파스쿠찌는 일러스트 작가 ‘디어데이즈’와 함께 제작에 나섰다. 

◆커피전문점 다이어리 인기 비결은

소비자들은 왜 커피전문점에서 다이어리를 사거나 선물로 주고 받는 걸까. 스타벅스 마니아 최나연씨(23)는 “스타벅스의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다이어리를 소장한다. 시중에는 이만큼 고급스러운 다이어리가 없다”며 “속지에 음료쿠폰까지 있으니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커피전문점 다이어리의 인기는 브랜드 가치와 연관이 있다. 업체들은 다이어리에 자사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담는다. 이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자 소장품이 된다.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면서 해당 브랜드를 소유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또 커피전문점 다이어리는 한정판에 대한 욕구를 자극한다. 시중에서 구할 수 없으며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한정판 다이어리가 웃돈을 주고 거래되는 일이 빈번하다. 스타벅스의 경우 원가의 10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는 일도 있었다. 

2019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 /사진=네이버 검색화면 캡처

다만 다이어리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다이어리를 얻기까지 지출해야 하는 음료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올해 커피빈은 선불카드에 7만원 이상 충전해야 다이어리를 증정한다. 이디야의 경우는 5만원 이상이다. 또 할리스에서 2019년 다이어리를 받으려면 시즌음료 3잔 포함 총 10잔을 마셔야 하며, 투썸플레이스에서도 시즌음료 2잔 포함 총 16잔을 구매해야 한다. 

스타벅스는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마신 고객에게 다이어리를 증정한다. 행사를 진행하는 두 달여간 최소 6만원 이상을 써야 한 권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다이어리는 3만2500원에 별도 구매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전체 5종의 색상 중 2종으로 선택이 제한된다. 

또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시즌음료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다른 음료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데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김지혜씨(32)는 “원하는 다이어리를 받으려면 시즌 음료를 무조건 마셔야 하는데 입맛에 안 맞을 때도 있다”며 “업체의 신제품 테스트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프로모션은 일주일에 2번 이상 매장을 이용하는 단골 고객을 위해 기획된 것이다. 프로모션이 8~9주 간 진행되기 때문에 17잔으로 정했다”며 “시즌 음료를 포함한 것은 다양한 음료를 경험해보시라는 제안의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어디서 받을까

스타벅스는 ‘10꼬르소 꼬모’와 ‘몰스킨’과 함께 제작한 ‘2019 스타벅스 플래너’ 5종을 선보였다. 레드와 네이비, 옐로우, 화이트, 민트 총 5개 색상이며 각 플래너마다 디자인과 크기, 속지 내용 등이 다양하게 구성됐다. 

모든 플래너에는 비 오는 날이나 월요일, 오후 3시 이후 등 특정 상황에 맞춰 음료를 주문할 시 동일한 음료 한잔을 증정하는 BOGO 쿠폰 3종이 포함됐다. 오는 12월31일까지 시즌 음료를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소진 시까지 선착순으로 증정된다. 네이비와 옐로우의 경우 권당 3만2500원에 별도 구매할 수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국내 문구 브랜드 ‘모나미’와 협업, '투썸×모나미 데일리키트' 2종을 출시했다. 이 키트는 다이어리뿐 아니라 탁상용 캘린더, 모나미 153 볼펜, 클립보드, 월간 스케줄러·메모지, 포스트잇 등 7가지 제품이 포함됐다. 시즌 음료 2잔을 포함한 총 16잔의 음료를 마시면 받을 수 있다. 판매가는 2만5000원이다.

할리스커피도 '2019 할리스커피 플래너&백 세트' 4종을 내놨다. 다이어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데일리라이크'와 협업해 ‘천천히 가도 괜찮아’라는 주제로 기획됐다. 

'커피 마시는 수달', '쉬엄쉬엄 YOLO 버스', '기분 좋은 나뭇잎', '천천히 걷는 북극곰' 등 각기 다른 콘셉트의 일러스트를 담았다. 할리스는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음료 10잔을 구매한 고객에게 다이어리를 증정한다. 별도 구매를 원하는 경우 2만9000원에 살 수 있다.

2019 투썸플레이스 플래너(왼쪽)와 2019 할리스커피 플래너&백 세트. /사진=각사 제공

커피빈은 3가지 사이즈, 5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플래너 7종을 출시했다. 사이즈는 S, M, L이 있으며 색상은 화이트, 민트, 핑크, 그레이, 퍼플 등으로 구성됐다. 커피빈 선불카드에 7만원 이상 충전하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간 안에 음료를 마셔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별도 구매가격은 1만9800원이다. 

파스쿠찌는 일러스트 작가 ‘디어데이즈’와 협업했다. 다이어리에는 분기별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이 포함됐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선 시즌 음료 2잔을 포함해 총 8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된다. 개별 구매 가격은 2만3000원이다. 
김경은 silver@mt.co.kr  | 

머니S 생활경제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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