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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집밥처럼… 입맛 잡는 '2조원 쟁탈전'

강동완 2015. 5. 22. 15:58
편집자주|집밥 르네상스 시대다. TV를 켜면 '먹방'을 넘어 '쿡방'이 대세다.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SNS 등을 통해 요리법을 배우고 공유하기도 한다. 이렇듯 집밥에 열광하는 이유가 단순히 건강 때문일까. 사람들은 '집밥'이라는 매개체에 함축된 따뜻함과 아늑함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머니위크>는 집밥 트렌드를 시작으로 유통·식품업계의 관련시장 공략, 전문가와 일반인이 털어놓는 집밥 이야기를 들어봤다.

엄마 손맛으로 유명한 전주의 한 콩나물국밥 전문점. 점심시간만 되면 이 가게 앞은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점심시간인 정오보다 30분 정도 이른 시간에 가지 않으면 다른 가게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주신 음식 맛에 영양까지 풍부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전주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이 음식을 수도권 편의점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머지않아 이러한 일이 현실화될 듯하다. 대형유통사와 식품대기업들이 전국 유명맛집의 음식을 가정간편식(HMR)으로 상품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어서다.

현재 대기업계열 식품연구소에서는 전국의 유명맛집 레시피를 손맛 그대로 재현해 가정간편식으로 만들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아직 초기 단계라 실용화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1~2년 후에는 가능할 것으로 식품업계는 보고 있다. 이미 일부 식품대기업은 특급호텔 유명요리사는 물론 요리연구가 등과 제휴를 맺고 프리미엄급 제품개발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이종철 기자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싱글족 급증…2조원 시장 잡아라
 
대형식품회사들이 맛집 음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가정간편식이 미래 신성장동력사업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NH 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소비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 중 하나로 가정간편식을 지목했다. 1위인 반도체 다음으로 가정간편식을 선택한 것인데 앞으로 국내 식품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가정간편식의 성장은 나홀로족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자는 소비자층이 늘어난 것과도 관련이 깊다. 즉, 혼자 사는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요리하기엔 부담스럽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한끼를 때우기엔 건강이 걱정돼 가정간편식을 찾는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지난해 12월 말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4분의 1(22.3%)가량이 1~2인 가구다. 4가구 중 1곳이 싱글족인 셈. 오는 2030년에는 1~2인 가구가 전체 인구의 32%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가정간편식의 판매량은 매년 급증세다. 지난 2010년 간편식시장은 업계 추산 77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1조30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올해도 2조원을 충분히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자료제공=GS리테일

◆대형마트 물량공세로 고객 맞이 분주
 
현 재 가정간편식 제품에 대한 경쟁이 가장 치열한 쪽은 유통업계, 그중에서도 대형마트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춘 자체브랜드(PB) 제품 물량을 늘리거나 가정간편식 판매 매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이마트는 간편식 PB ‘피코크’ 상품 수를 500개에서 올해 말까지 900개로 늘리기로 했다. 파격적으로 상품 수를 늘린 것은 매출이 크게 올랐기 때문. 이마트의 올 1분기 피코크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7% 늘었다. 1분기에만 3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도 PB 간편식 브랜드 ‘싱글즈 프라이드’ 제품군을 지난해 4월 46개에서 올해 100개로 확장했다. 싱글즈 프라이드는 한우 사골곰탕·도가니탕·바비큐 폭립 등 조리방법이 까다롭고 맛을 내기 어려워 기존 가정에서 즐기기 쉽지 않았던 레스토랑 전문요리로 구성됐다. 1인식 소용량으로 출시돼 간편함과 편리함을 높이고 동종업계 시중상품 대비 평균 30~40% 저렴해 싱글족들과 젊은 주부 사이에서 인기다. 실제 싱글즈 프라이드 브랜드 출시 이후 홈플러스의 간편식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3% 신장했다.

롯데마트 역시 가정간편식을 확장하는 추세다. 이 회사는 현재 53개 매장에서 간편가정식 전용매장을 운영하며 샐러드류, 찌개·탕류 등 580종의 가정간편식을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의 간편가정식 매출은 매년 30∼40%씩 꾸준히 늘어 지난해 1∼11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55.8% 성장했다. 최근에는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재료를 고급화한 ‘한우 양지를 넣은 육개장’, ‘왕갈비가 들어간 갈비탕’ 등을 새로 출시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정간편식이 보편화 되면서 이제는 고급화 전략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소비자들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면 지갑을 여는 데 망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평범한 즉석밥은 가라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가장 핫한 분야가 즉석밥이다. 싱글족을 중심으로 라면 등 인스턴트음식 대신 집밥을 떠올리며 한식을 찾는 수요층이 늘고 있어서다. 수요가 높은 만큼 식품기업들의 경쟁도 뜨겁다.

현 재 즉석밥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CJ제일제당과 대상(청정원), 풀무원, 비락 등이다. 햇반으로 즉석밥시장을 주도하는 CJ제일제당은 지난 2013년부터 볶음밥류를 위주로 가정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프레시안 볶음밥’은 월 매출 5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엔 스팸볶음밥 제품 2종을 새로 출시했으며 지난 4월엔 가정식 도시락을 표방한 ‘햇반 컵반’을 신제품으로 등록했다.

청 정원은 나물밥으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청정원은 올해 초 ‘녹차 곤드레나물밥’, ‘둥굴레 취나물밥’, ‘메밀 무청나물밥’을 출시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 냉동볶음밥 3종에 이은 후속제품이다. 나물밥은 집에서 다듬기 힘든 생나물을 듬뿍 넣어 지은 밥이다. 나물과 잘 어우러지는 녹차·둥굴레·메밀 우린 물로 밥을 지어 맛은 물론 건강까지 잡았다는 평가다.

풀무 원은 ‘건강 나물컵밥’을 통해 소비자 입맛을 공략한다. 전자레인지에 4분만 데우면 먹을 수 있는 간편 나물밥이다. 종류는 ‘곤드레보리컵밥’과 ‘현미취나물컵솥밥’ 등 두가지이며 향긋한 나물밥에 잘 어울리는 양념을 별도로 첨가했다.

지난 2012년 업계 최초로 컵밥 제품을 출시했던 비락도 지난해 ‘비락 컵밥’ 3종을 리뉴얼해 새롭게 선보였다. 리뉴얼제품은 패키지 디자인의 변화뿐만 아니라 건더기 용량을 추가해 씹는 맛을 더욱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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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집밥처럼… 입맛 잡는 '2조원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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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성승제 bank@m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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