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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장님 가로막는 '연대보증'

강동완 2015. 5. 10. 11:25

편집자주|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 신화를 만든 스티브 잡스. 이들은 ‘취업’이 아닌 ‘창업’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 이에 많은 청년들이 ‘제2의 게이츠와 잡스’를 꿈꾸며 창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으로 가는 길이 쉽지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청년 창업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봤다.

새 로운 삶에 도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바로 ‘청년창업자’들이다. 이들에게 직장은 ‘오르기 힘든 산’이거나 혹은 ‘자신의 삶과 능력을 바치기에는 부족한 그릇’이다. 힘들게 일자리를 구해도 명예퇴직·구조조정 등으로 40대 이후의 삶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20대라는 특유의 자기중심적 가치관이 맞물리면서 좀 더 나은 조건, 나은 미래를 위해 취업이라는 틀 밖으로 뛰쳐나왔다. 마치 평생 한 직장에 몸담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청년창업자들이 이렇게 결심한 데는 정부의 정책과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청년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창업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아이디어가 좋고 시장성이 있는 분야에서 창업하려는 청년들에게 창업자금 지원 등 금융혜택과 마케팅 지원, 전문가 연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청년들의 창업을 유도했다. 실제로 이를 통해 많은 청년들이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도 수많은 청년창업가는 실패했다. 사회초년생인 이들에게 정글과 같은 사회는 녹록지 않았다. 아울러 실패의 대가는 컸다. 사회에 발도 제대로 내밀지 못한 채 빚더미에 앉고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이 부지기수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 잡스 꿈꾸던 청년, 신불자 되다
 
스 티브 잡스를 가장 존경한다는 김은중씨(32·가명). 그는 신용불량자다. 지난 2011년 정부의 청년 창업지원으로 벤처 열풍이 불자 그는 ‘대한민국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평소 IT쪽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인터넷방송국 사업아이템을 통해 정부로부터 창업자금 2억원가량 지원받았다.

그러나 치열한 업계의 생리를 잘 몰랐던 그는 불과 1년 만에 2억원을 모두 소진한 채 실패했다. 게다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2억원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았다. 김씨는 청년창업 이면에 깔린 연대보증 사슬에 걸려 빚더미에 앉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여기에는 청년창업을 부추기는 정부의 무책임이 한몫했다. 실제로 민간금융뿐 아니라 기술신용보증기금(이하 기보)과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등 공기업 보증기관마저도 창업자 연대보증을 면제해주는 비율이 5% 미만에 그친다.

정 준 벤처기업협회장 겸 쏠리드 대표는 “기보마저도 일부 우수기업을 제외하고 95% 이상 창업자 연대보증을 요구한다”며 “미국처럼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인 점을 감안해 적어도 정부기관만은 연대보증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에 올 초 금융위원회가 기보와 신보의 연대보증 면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효성 여부는 미지수다. 현재처럼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금융시장이 미약한 상황에서는 창업자금을 스스로 마련하거나 민간 금융기관에 상당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 제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1년 기준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업기업(창업 7년 이내)은 평균 2억2000만원을 들여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창업자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VC(벤처캐피털)와 엔젤투자자로부터 지원받은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또 창업기업 부채비율은 평균 226.9%로 대기업(144.9%)과 중소기업(179.2%)을 크게 웃돈다. 가진 자금에 비해 과도한 빚에 눌려 있고 그 빚의 상당수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창업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셈이다.



◆ 실패하면 끝!… 재창업 막는 연대보증
 
이렇듯 청년창업을 부추기는 정부의 무책임에 많은 청년창업가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며 신음하고 있지만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번 실패하면 연대보증이라는 덫에 걸려 재기의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지 난 2003년 소프트웨어업체를 설립한 최현민씨(40·가명)는 한때 연간 3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지만 이후 자금 사정이 나빠져 2011년 폐업했다. 다시 창업에 도전하고 싶었지만 기보의 지급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빌렸던 20억원의 빚과 신용불량자라는 딱지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결국 지난달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최씨는 “신용카드도 못 만드는데 어떻게 재창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창업현장에서는 정부가 창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려면 ‘창업자 연대보증’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업자 연대보증제도가 없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기업인이 평균 2.8회 창업한다. 창업자는 사업에 실패해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며 투자자도 한번 실패한 사람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게 본다. 실패경험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 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창업환경은 다르다. 한번 실패하면 낙오자로 찍힌다. 국세청 사업자현황보고에 따르면 2013년 기준 IT 관련 및 연구개발업에서 폐업을 신청한 기업이 무려 9421곳이다. 이처럼 수많은 기업이 문을 닫지만 이들을 보호하고 다시 일으켜줄 장치는 턱없이 부족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벤처기업 임원은 최근 다시 불붙기 시작한 청년창업 열기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자에 대한 연대보증이 만연한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단 한번의 창업실패는 곧 인생의 실패로 이어진다”며 “정부가 청년의 창업을 부추겼으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최소한의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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