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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폭염속 뛰어갔는데 배달 3분 지연… 배달라이더는 울고 싶었다
양진원 기자 | 2021.07.30 12:04
기록적인 폭염을 뚫고 배달 라이더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보온 가방 없이는 배달이 불가능해 급하게 집에 있던 가방을 준비했다. /사진=양진원 기자 |
"하고 싶을 때 조금씩 하면 일주일 밥값은 벌 수 있겠지?"
최근 배달 라이더가 부업으로 뜨고 있다. 적지 않은 소득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경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배달 라이더로 정말 쏠쏠한 수입을 올릴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머니S'가 직접 나섰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20일 퇴근 후 부푼 마음을 안고 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에 도전했다. 하지만 퇴근 후 또 일을 하려니 몸도 무겁고 마음도 무거웠다. 미칠 것 같은 찜통더위에 마음을 다잡으며 망설이기를 5분.
드디어 배민커넥트 애플리케이션(앱)을 켜고 본격적으로 배달에 나섰다. 도보, 자전거, 전기자전거(킥보드 포함), 자동차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기자는 도보 배달을 택했다. 자전거 배달을 고민했지만 헬멧과 기타 장비 등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졌다. 배달 가방과 헬멧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데 3만원이 넘었는데 배달 10번에 맞먹는 금액이어서 빠르게 포기했다.
퇴근 후 집 안에서 가만히 앉아 30분을 기다렸다. 30분이 넘도록 앱을 켜놨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불안해진 마음에 집 밖으로 나가 식당가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드디어 오후 6시38분 첫 주문이 잡혔다. 메뉴는 돈까스였다. 픽업(음식 수령)까지 주어진 시간은 10분 남짓. 서둘러 가게로 향했다. 제 시간에 도착해 픽업까지 완료하고 다시 앱에 찍힌 주소를 따라 움직였다.
폭염 속에 땀이 비오듯 흐르고 마스크는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15분 안에 배달을 마치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평지 대신 언덕을 이용했고 줄어드는 시간에 마음이 급해져 냅다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달 완료 시간을 1분 넘겼다. 아쉬운 마음을 달랠 틈도 없이 두번째 콜(주문 요청)이 들어왔다. 물 한잔 마시고 주문을 수락하려던 찰나에 콜이 사라졌다.
치열한 주문 경쟁, 방심하다 놓치기 '일쑤'… 대기하다 저녁도 못 먹어
가게에 도착해 주문번호와 금액을 확인하고 음식을 들고 나왔다. 폭염인 데다 음식 열기까지 더해져 더욱 힘들었다. /사진=양진원 기자 |
그때부터 핸드폰만 부여잡고 기다렸다. 오후 7시15분쯤 두번째 배달 주문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콜이 오자마자 수락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급한 마음에 거리를 생각하지 않고 주문을 받았다. 거리가 멀었지만 주문을 취소하면 배달잡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가게에 도착해 음식을 수령하고 뜨거운 마라탕을 들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20분. 하지만 거리를 감안할 때 만만치 않았다.
해가 졌는데도 35도가 넘는 날씨에 마라탕의 열기까지 더해져 뛰는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피부를 위해 바른 선크림이 흘러 눈에 들어가 따가웠다. 결국 제한시간 내에 배달을 마치지 못했다. 3분 이상 배달이 지연됐다는 메시지가 앱에 올라왔다. 결국 오후 9시가 넘어서야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가 손에 쥔 금액은 1만3600원. 그마저도 프로모션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 가능했다.
9시가 넘어서야 미국식 샌드위치를 먹었다. 3시간 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허기가 졌다. 그렇게 샌드위치 2개를 사먹고 기자의 배달 일당은 사라졌다.
번화가 아니면 안 잡히는 콜 주문… 카드 결제에 5분 동안 '우왕좌왕'
배달이 잡히지 않아 식당가를 배회하면서 주문콜을 기다렸다. 배달의민족을 이용한다는 식당 앞에서 10분 넘게 대기했지만 허사였다. /사진=양진원 기자 |
첫 날의 피곤함이 다음날에도 풀리지 않아 결국 하루를 쉬었다. 이후 지난 22일 야근까지 마친 후 다소 늦게 이번엔 고양시에서 배달을 시작했다. 약간의 시행착오로 생긴 노하우를 바탕으로 식당가를 배회하고 앱에서 수시로 주문 콜을 확인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단 1건도 주문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 2시간이 넘도록 허탕만 친 다음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고 다시 1시간을 더 기다렸지만 소용없었다. 주문 건수 0건. 두 번째 도전의 처참한 성적표였다.
지난번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배달에 나섰다. 다만 폭염주의보 문자를 받고 낮 시간은 피해 오후 6시쯤 마지막 배달 알바에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배달 콜은 들어오지 않았다. 30분이 지나도 반응이 없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결국 배달 장소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지하철을 타고 좀 더 인구가 많고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이미 시간은 오후 7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다행히 도착 이후 주문이 바로 잡혔다.
"카드 결제 할게요. 카드 드리면 되죠?"
주문 고객의 말을 듣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동안 이미 결제가 완료된 음식만 배달해 한 번도 현장결제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직접 카드번호를 앱에 입력해 결제하는 방법을 설명해줘 간신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후 2건의 배달까지 합쳐 이날 번 돈은 1만원 남짓이었다. 이동하는 데 지불한 지하철 요금과 허비한 시간을 감안하면 더 처참했다.
자전거 배달해야 일정한 수익 가능… 배달 중 식사와 폭염 대비도 관건
고객 요청에 따라 문 앞에 음식을 두고 사진을 찍어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올리면 배달이 완료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배달 요청이 제법 있었다. /사진=양진원 기자 |
3일 동안 배민 라이더로 일하면서 나름의 요령을 터득했다. 우선 앱 상에서의 예상 거리와 시간이 현실과 달랐다. 언덕길이나 건물 출입하는 문제 등을 고려하면 늘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무더운 날씨에 뛰는 것은 매우 버거웠다.
아울러 도보 배달은 이동 반경이 짧고 배달을 마친 이후 식당가 인근으로 복귀하는 속도가 늦어 배달 매칭이 원활하지 않았다. 배달 건수를 늘리기 위해선 계속 움직여야 했다. 배달하면서 끼니를 해결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주문이 많이 잡히는 시간대가 보통 점심이나 저녁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양모씨(남·27)도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배달시간을 맞추려면 뛰어야 해서 체력적으로 상당히 힘들다"며 "무더운 날씨에 일을 지속하기도 쉽지 않다"고 도보 배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배민 라이더로 부업 중인 이모씨(32·남) 역시 "투자한 시간이나 노력 대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본인이 한발 더 뛰며 노력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도보 배달 방식은 폭염 속에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며 다른 방식의 배달 라이더를 권했다.
양진원 newsmans12@mt.co.kr | 안녕하세요 양진원 기자입니다. 그 날의 소식을 열심히 전달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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