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몰락’. 롤러코스터 같은 길을 걸어온 가수 승리의 발자취다. 클럽 ‘버닝썬’ 앞 폭행 사건에서 시작된 작은 논란이 승리의 성접대 의혹, 몰래카메라 공유 등으로 번지며 많은 이의 공분을 사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버닝썬 게이트’는 그동안 승리가 손대온 사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를 믿고 사업을 시작한 가맹점주들은 승리의 추락과 함께 사업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슴 졸이고 있다.
“연예인 사업이니까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저는 진짜로 합니다. 안 그러면 고객들이 신뢰하지 않죠. 가맹점주들과 같이 고생해서 안되는 건 괜찮은데 승리라는 이름만 팔고 안되면 저분들이 들고 일어서죠. 그러지 않기 위해 제가 직접 다 합니다.” (승리, 지난해 출연한 방송에서)
승리. /사진=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강호동.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머니S MNB, 식품 외식 유통 · 프랜차이즈 가맹 & 유망 창업 아이템의 모든 것 |
◆승리라멘 불매운동… 매출 ‘뚝’
승리라멘이라 불렸던 ‘아오리의 행방불명’(아오리라멘)은 승리사태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아오리라멘은 2017년 7월 승리가 ‘아오리F&B’를 설립한 후 가맹점을 낸 외식 브랜드로 전국에 4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칸막이가 있는 1인식 좌석과 일본 전통의 맛으로 주목 받았고 승리가 각종 예능에서 소개해 ‘승리 라멘집’으로 인기를 끌며 매출 상승효과를 누렸다. 한때 월 평균 2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나올 만큼 장사가 잘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건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논란이 커지자 승리는 이사직을 내려놨지만 소비자 여론은 싸늘하다. 고객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은 물론 일부 뿔난 소비자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불고 있어 이번 사건으로 매출이 회복되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승리 때문에 잘됐던 장사가 승리 때문에 망하게 된 셈이다.
아오리라멘은 최근 공식계정을 통해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영입했고 식음료·가맹점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에게 경영권을 양도하려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승리) 지인과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는 극히 일부지만 어디인지 밝힐 수는 없다”며 “2월 말 한곳이 폐점 했고 추가적으로 한곳을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아오리라멘 홍대와 명동점, 광주상무점은 승리의 가족이 운영하고 승리와 친분이 있는 에프티아일랜드 최종훈도 잠실새내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오리라멘 측은 이번 불매운동으로 피해를 본 가맹점을 위해 가맹비 전액을 환불 보상하기로 결정했지만 보상 여부는 미지수다. 올해부터 시행된 ‘프랜차이즈 오너리스크 배상법’에 따라 가맹본부 대표나 임원이 위법행위·이미지 실추 등으로 점주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아오리라멘 가맹점 44곳은 모두 법 개정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스타급 연예인이 직접 사업을 하는 경우 그 사업체는 스타의 부침에 따라 흥망성쇠가 결정되게 마련”이라며 “이미지를 망치면 사업도 망하게 돼 있다. 그런 단순한 사실을 이번 사건이 다시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개그맨 이수근의 이름을 내건 ‘이수근의 술ZIP’은 원샷잔 등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돼 론칭 초기 주목받았지만 이수근의 도박 혐의가 불거지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개그맨 이승환은 연예계를 은퇴하며 외식사업가로 화려하게 변신했지만 그가 론칭한 벌집삼겹살도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얼굴마담의 한계… 너도 나도 좌절
스타 리스크를 품은 건 사업 방식이 달라도 마찬가지다. 승리처럼 직접 본사를 설립하고 브랜드를 론칭한 경우도 있지만 연예인들은 대부분 기존 프랜차이즈에 지분을 투자하고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방식으로 업계에 뛰어든다.
이 경우 스타의 유명세로 사업 초기 반짝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사업적인 전문성은 결여돼 외부 리스크에 쉽게 노출된다. 동종업계 경쟁에서 밀리고 독자적인 생존체계가 없어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기 일쑤다. 실제 수년 전부터 치킨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사업에 뛰어들었던 연예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좌절을 맛보고 있다.
강호동의 육칠팔이 대표적이다. ‘국민MC’ 대열에 오른 강호동은 2012년부터 외식프랜차이즈기업 육칠팔의 지분을 갖고 참여해 동명의 구이전문점을 비롯해 백정, 천하, 치킨678 등 7곳의 외식프랜차이즈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치킨678의 가맹점은 최근 3년간 매년 30곳씩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신규개점한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육칠팔의 매출 역시 지난해 11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22억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경규가 투자한 ‘돈치킨’도 마찬가지다. 2011년 10월까지 350개의 가맹점을 돌파할 만큼 승승장구했던 돈치킨은 지난해 가맹점이 247개로 매년 줄고 있다. 2014년부터는 아예 이경규 이름을 뺀 ‘돈치킨’으로 영업표지를 전환했다.
개그맨 김병만도 ‘투마리치킨’으로 치킨사업에 도전장을 냈지만 매장수는 43개에 불과하다. 매출 역시 21억원대, 영업이익은 3000만원대에 그친다. 토니안이 출범한 퓨전분식 스쿨스토어는 프리미엄 분식전문점을 표방했지만 매장수는 수년째 정체된 상태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이들 브랜드는 그나마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지는 케이스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연예인 프랜차이즈는 셀 수 없이 많다”며 “앞으로도 얼굴 마담을 앞세워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는 한 잠재된 스타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연예계 생활을 잘하고 이미지 좋아 프랜차이즈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는 방정식은 없다”며 “창업 전에 스타의 능력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생활을 감안하고도 재산을 걸만할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85호(2019년 3월26일~4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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