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미래형 '무인 편의점' 가봤습니다 2018.01.20

강동완 2018. 3. 31. 14:32



편의점 업계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더는 한편, 신성장 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무인 편의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BGF리테일의 CU, 코리아세븐의 세븐일레븐, 이마트의 이마트24는 이미 무인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는 시범단계지만 향후 보완과정을 거쳐 사업이 안정화되면 주요 사업 전략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상용화 눈앞에 둔 ‘이마트24’


지난 16일 방문한 무인편의점 3곳 중 유일하게 일반 소비자가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이마트24였다. 무인편의점 이마트24는 현재 6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운영시간은 24시간·5시간(오전1시~오전6시)·7시간(오후11시~익일 오전6시) 등 점포별로 다르다. 

머니S가 방문한 스타벅스 소공동점 건물 지하 1층의 이마트24 서울조선호텔점은 24시간 무인점포로 운영하고 았다. 일반 소비자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통행이 뜸한 건물 뒤편 입구로 연결돼 있어 찾기가 다소 어려웠다. 

우선 이곳에 출입하려면 ‘신용카드 출입 단말기’에 본인의 신용카드를 읽혀야 한다. 진열된 제품들은 일반 이마트24와 마찬가지로 ▲신선제품(유제품·삼각김밥 등) ▲라면류 ▲음료 ▲스낵류 ▲생활용품 등을 비롯해 노브랜드 제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1+1이나 2+1 등 편의점의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었다.

한 고객이 셀프계산대를 이용해 결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승우 기자
일반 편의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셀프계산대(총 2대)다. 셀프계산대는 ▲계산 과정을 보여주는 모니터 ▲제품의 가격이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바코드기기 ▲계산 시 필요한 신용카드기기로 단순하게 구성됐다. 
 
제품을 선택해 셀프계산대에서 직접 계산해봤다. 우선 모니터에서 일반상품 결제를 선택한 후 바코드 리더기에 가져온 제품 바코드를 찍었다. 이때 프로모션 상품은 자동으로 결제금액이 할인된다. 이후 KT멤버십 할인이나 이마트포인트 적립을 택한 후 결제수단(일반 신용카드·SSG 페이)을 골라 계산했다.

한 매장 이용고객은 “생각보다 계산 절차가 간단하다”며 “일반 편의점에도 도입되면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컵라면이나 도시락 등을 조리할 수 있는 간편 조리기구(온수기·전자레인지 등)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식을 할 공간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또 다른 매장 이용고객은 “끼니를 놓쳐 컵라면을 사려고 했는데 정작 먹을 공간이 없다”며 “간편식 취식을 위한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 /사진=홍승우 기자
◆첨단 기술 집약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통해 편의점 업계 중 가장 먼저 무인편의점 방식을 도입했고 올해 상반기 2호점도 개점할 계획이다. 서울 롯데월드타워(롯데타워) 31층에 있는 매장은 전면이 유리로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현재 이곳 출입은 롯데타워 입주사 직원들과 롯데카드 회원들만 가능하다. 출입하려면 손 정맥의 굵기와 모양을 인식하는 시스템인 ‘핸드페이’에 등록해야 한다. 핸드페이 등록은 매장 앞 롯데카드 직원을 통해 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고객들이 셀프계산대에서 결제하고 있다. /사진=홍승우 기자
롯데지주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들어간 매장에는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제품과 함께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품 ▲건강기능식품 ▲와인 등 특화상품도 마련돼 있다. 특히 와인 등 주류의 경우 이마트24 무인편의점에서는 대면 판매 원칙을 이유로 아직 판매하고 있지 않는다.

아직 시범 매장 성격이 강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는 무인점포를 내세우면서도 매장 직원이 상주하며 제품 진열 등 전반적인 관리를 하고 있었다.

매장 내 음료 냉장시설에 설치된 자동문. /사진=홍승우 기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음료나 유제품이 진열된 냉장시설에 자동문이 있다는 점이다. 무인편의점 특성상 만약 고객이 냉장시설 문을 열어두고 갈 경우 전력손실이 불가피한데 자동문을 통해 이러한 점을 개선한 것. 셀프계산대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의 셀프계산대는 물건을 올려두면 자동으로 바코드를 인식해 계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계산은 앞서 출입하기 위해 등록한 ‘핸드페이’로 가능하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핸드페이 시스템·냉장시설 자동문·셀프계산대 바코드 자동인식 등 다른 무인편의점들에 비해 다양한 ICT(정보통신) 기술이 접목돼 있다. 

다만 핸드페이 출입·결제 방식이 일반 점포에도 적용하려면 빠른 사업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겼다. 아직까지 핸드페이가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상용화되지 않았고 롯데카드 회원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NHN엔터테인먼트 사옥 플레이뮤지엄 내 위치한 CU 판교웨일즈마켓점. 사진은 해당 매장에 구비된 ‘CU바이셀프’(CU Buy-Self) 시스템 모습. /사진=홍승우 기자
◆CU, 자율결제 시스템 초점… “시간이 필요해”


편의점 CU는 자율결제 시스템에 초점을 맞췄다. NHN엔터테인먼트 사옥 플레이뮤지엄 내 위치한 매장은 NHN엔터테인먼트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업체 직원의 도움으로 들어간 CU 판교웨일즈마켓점에는 ‘CU바이셀프’(CU Buy-Self) 시스템이 구비돼 있다.

휴대전화로 CU바이셀프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후 결제수단(신용카드·페이코)을 등록하면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우선 어플리케이션 실행 후 매장 내 QR코드를 스캔하고 구매할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된다. 이어 등록한 신용카드나 페이코로 결제하고 결제완료 바코드를 전용기기에 스캔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으로 직접 상품을 구매해보니 일반 편의점 보다 결제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됐다. 또 CU멤버십이나 제휴 통신사 할인을 최초 1회 등록해두면 자동 적용돼 번거로움이 줄었다. 손님이 많이 몰려 결제 시간이 지체되는 점포에 도입되면 고객 편의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은 이같은 시스템을 올해 상반기 전국 CU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휴대전화로 모바일 앱을 실행시켜 제품 바코드를 인식하는 모습. /사진=홍승우 기자
하지만 아직까지 CU판교웨일즈마켓점도 완전한 무인편의점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매장 한가운데 2명의 상주직원이 있는 매대가 있었으며, CU바이셀프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거의 없었다. 실제로 매장 방문 당시 고객들은 모두 매대에서 계산하고 있었다. 아직 자율결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주요 결제방식으로 자리잡는데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해당 매장 관계자는 “CU바이셀프 서비스 도입 초반에는 여러 고객들이 신기해 하며 이용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대를 이용하는 고객이 더 많다”고 전했다. 그는 “자율결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려면 고객들이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인편의점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가맹점주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반면 일자리를 줄이고 담배·주류 등 미성년자 구입 불가 품목 관리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편의점 관계자들은 “여러 논란이 있지만 아직 시범단계로 고객 불편사항을 모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다양한 운영방식을 고려 중이며 편의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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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무인 편의점' 가봤습니다

홍승우 기자  | 2018.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