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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하철역 지하상가, 땅밑에선 무슨 일이 김창성 기자 | 2017.03.26

강동완 2017. 4. 4. 22:51

[르포] 지하철역 지하상가, 땅밑에선 무슨 일이



사람들로 붐비는 강남역 지하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강남·고속터미널·영등포 등 풍부한 유동인구에 북적… 매출은 '글쎄'
광화문·반포는 배후수요조차 무용지물… 계약문제 등으로 가게 '텅텅'


서울 지하철역 지하상가가 북적인다.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유동인구를 흡수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에 휘청이는 국내 경기불황을 비껴간 모습이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것을 수익과 직접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고개를 젓지만 수년째 임차인조차 구하지 못해 파리만 날리는 일부 지하철역 지하상가와 비교하면 양반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백화점 등과 연계돼 손님으로 북적이는 번화가 인근 지하철역 지하상가가 있는 반면 떨어지는 사업성과 소송 등으로 얼룩져 주인을 찾지 못한 상가도 많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서울 지하철역 지하상가, 그 안은 어떤 모습일까. 다섯곳의 서울시내 지하상가를 찾아 분위기를 살펴봤다. 

◆대표 번화가 '강남·고속터미널역'

지난 20일 서울 대표 번화가인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를 찾았다. 2호선과 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 지하상가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서울 시내 대표 번화가다. 이곳을 찾은 날은 평일 낮이었지만 역시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상권은 패션·뷰티·휴대폰·액세서리·신발 등 다양한 매장들로 구성됐다. 출구가 사방 12개나 돼 접근성도 용이했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여성층이었지만 지하통로로 연결된 삼성 서초사옥 상주 직원들까지 더해져 남녀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층을 배후수요로 둔 곳이다. 언뜻 보기에 장사가 잘 될 것 같지만 상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A씨는 “널린 게 사람인데 내 손님은 없어서 답답해요. 인근 먹자골목과 지하철역 이용객이 대부분이고 가게를 찾는 손님은 적어서 다들 힘들어요.” A씨는 겉보기와 달리 다들 장사가 안 돼 힘들다고 토로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같은날 자리를 옮겨 인근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를 찾았다. 우선 상가 길이만 직선거리로 683m나 돼 370여m인 강남역 상가를 규모면에서 압도했다. 지하철역을 포함한 출구도 30여개에 달해 접근성이 용이하다. 

유동인구도 풍부했다. 지하철3·7·9호선 트리플 역세권에 고속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이용객,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까지 더해져 풍부한 배후수요를 자랑했다. 실제 상가내부를 오가는 사람 역시 강남역 지하상가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강남역 지하상가와 구성은 비슷했지만 화훼상가가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이용객 역시 주로 여성이었지만 20~50대 이상까지 더 넓었다.

역시 겉보기에 장사가 잘돼 보였다. 가게마다 손님들로 북적였고 사방으로 뻗친 출구로 쉴 새 없이 사람이 드나들었다. 하루 지하철 이용객만 20만명에 이르는 이곳은 불황을 비껴갔을까. 역시나 상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생활용품을 파는 상인 B씨는 “최상의 입지에 유동인구가 많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길목이라 상인들은 매출 상승을 체감하기 힘들다”고 한숨지었다.

◆남녀노소 찾는 '영등포역'

자리를 옮겨 1호선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찾았다. 지하상가 길이는 강남역보다 조금 긴 440여m다. 영등포역 지하상가는 앞선 두곳과 마찬가지로 전철역과 연결됐다. 또 롯데·신세계·타임스퀘어 등 초대형 쇼핑몰과도 연결돼 이동은 물론 풍부한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출입구 역시 30여개에 달해 주변 먹자골목 등에서의 진입도 용이하다. 상권 구성도 앞선 두곳과 큰 차이는 없었다. 방문 연령층은 10~50대로 다양하지만 역시 여성 고객 비중이 높다는 게 현장 상인의 설명.

사람들로 붐비는 영등포역 지하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특히 이곳은 인근 구로구와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중국인 인구가 많아 곳곳에 중국인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상가 폭이 앞선 두 곳 보다 다소 넓어 많은 유동인구에도 이동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수십여개의 출입구와 백화점, 전철역 등이 연계된 비슷한 구성과 입지에 수많은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만큼 역시 장사가 잘 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곳곳을 둘러보면 앞선 강남역·고속터미널 지하상가보다 매장별 집객력이 떨어져 보였다. 발길을 멈추고 매장을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30여분 동안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둘러보며 가장 집객력이 뛰어났던 곳은 지하상가 초입에 위치한 영등포 롯데백화점의 간이 판매대였다. 이월 상품 등을 모아놓고 싸게 파는 이곳에는 40~50대 주부를 비롯해 20~30대 젊은 고객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반면 지하상가는 수많은 유동인구에도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보였고 상인들은 이를 몸소 체감하고 있었다.

옷가게 상인 C씨는 “교복 입은 학생부터 나이든 여성까지 연령대는 다양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상인 D씨는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장사가 안되는 건 경기불황 여파가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도 “주변에 큰 지하상가가 없는 만큼 경쟁력은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 우리만의 차별성이 없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라고 짚었다. 

텅 빈 광화문역 지하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텅빈 상가 '광화문·반포역'

5호선 광화문역은 강남역·고속터미널역·영등포역을 능가할 만큼 유동인구가 많다. 서울 중심업무지구라 대기업 직장인 수요는 물론, 정부청사·언론사·교보문고에 관광객 수요까지 연일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다음날 찾은 광화문역 지하상가는 이 같은 입지에도 텅텅 비었다.

규모는 앞선 지하상가보다 작다. 직선거리로 따지면 100여m 남짓한 길이에 한쪽 벽면에 투명 유리창을 세워 상점 공간을 만들어 놨다. 이 앞으로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지만 상가 구색을 갖춘 곳은 교보문고 출입구 근처에 있는 핸드폰 액세서리 가게와 개찰구 앞 편의점뿐이다.

지난해는 화장품 가게도 있었지만 자리에서 빠진지 오래다. 유동인구로만 따지자면 앞선 상가를 모두 압도하고도 남을 곳인데 이곳 상가는 왜 텅텅 비었을까?

이에 대해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광화문역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지만 수시로 각종 집회가 열리고 설계상 급·배수 시설이 다소 미흡하다보니 임차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재 도시철도공사 차원에서 상가 활성화를 위한 개발 계획을 검토 중인 만큼 조만간 개선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텅 빈 반포역 지하상가. /사진=김창성 기자

같은날 찾은 7호선 반포역도 광화문역과 마찬가지로 유리벽 형태의 상점 공간이 일렬로 늘어선 형태의 지하상가다. 

길이는 260여m로 광화문역보다 길지만 상점 공간이 양옆으로 늘어선 점은 다르다. 하지만 이곳 역시 텅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였던 인근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와는 정반대 분위기를 풍겼다. 반포역 지하상가가 텅텅 빈 데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반포역은 상가 운영 등의 문제로 집단상가 소송이 진행됐다가 2014년 종결됐다. 이후 2015~2016년 최고가 일반경쟁 입찰제로 상가 입찰공고를 진행했지만 낙찰 받은 곳이 단 2곳에 불과했다. 전체 지하상가 면적대비 90% 이상이 공실로 남은 셈. 

철도공사 측은 상가 공실의 원인을 다각도로 짚었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불황 탓도 있지만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품고 있음에도 워낙 지하철역 이용객이 적은 탓에 유동인구 자체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입지가 좋은 인근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로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굳이 이곳까지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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