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누가 소주 먹나요?”
[머니S리포트-맥주 찾는 MZ세대①] 취향 따라 맛 따라… 수제·무알코올 맥주 전성시대
연희진 기자 | 2022.01.13 06:30
편집자주| 술을 음미하고 즐기며 적당히 마시는 문화가 생기면서 저도주가 인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홈술’ ‘혼술’ 트렌드가 일면서 특히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에겐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맥주를 비롯한 도수가 낮은 술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일단 마시고 보는 음주문화에 손사래를 쳤던 이들이 역한 알코올 냄새를 지운 다양한 주류에 마음을 열었다. 수제 맥주나 무알코올 맥주의 등장이 그것이다. 맥주 시장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일반 소주 시장은 잠시 쪼그라들었다. 애주가의 사랑은 역시 소주인 만큼 소주 시장은 증류식·저도주로 반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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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주 인기가 이어지면서 대표 저도주인 맥주 전성시대가 왔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 스텔라 아르투아, 클라우드, 카스프레쉬, 하이트진로 무알콜 맥주, OB라거, 제주 에일맥주./사진제공=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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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요새 누가 소주 먹나요?”
② "꼰대라 불려도 괜찮아~"… 애주가 사랑은 '소주'
③ 맥주에 대한 궁금증… 20년 전문가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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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오리엔테이션) ‘술 지옥’이 무서웠는데 코로나가 온 뒤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아요.”
‘코로나 학번’인 신유영씨는 지난해 대학생이 됐지만 아직 소주를 입에 대본 적이 없다. 스무 살이 된 직후 친구들과 한 병을 따보긴 했으나 지독한 알코올 냄새에 먹진 못했다. 지금까지 신씨는 ‘맥주파’다. ‘강제 모임’이 아니면 굳이 소주를 마실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혼술’ 및 ‘홈술’ 문화는 맥주의 강세를 이끌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가 경험한 주종 음용 경험 상위 3개는 국산맥주(79.1%), 수입맥주(66.6%), 희석소주(54.6%) 순이다. 젊은 층에서 맥주에 대한 뚜렷한 선호도가 나타나고 있다.
“취하려고 마시는 건 옛말”… ‘저도주’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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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와 수제맥주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기네스 생맥주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사람들. /사진제공=디아지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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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은 음주 공간을 술집·식당에서 집으로 바꿔놨다. 술이 관계를 다지게 하는 역할보다 ‘즐기는’ 대상이 된 것이다. 술에 취하기보단 술을 음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도수가 낮은 술인 저도주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소주의 도수도 점점 낮아지고 있고 저도주의 대표 주자인 맥주는 날개를 달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1년 대국민 음주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12.6%에서 29.2%로 증가했다. 음주 장소도 자신의 집에서 술을 즐기는 경우가 23.3%에서 70.7%로 크게 늘었다. 주로 마시는 주류의 경우 맥주가 47.5%에서 51.9%까지 늘어났다.
국산 맥주의 약진도 돋보인다. 2018년까지만 해도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 앞에 맥을 추지 못했다. 독특한 개성과 각종 할인 행사로 전성시대를 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수입 맥주 4캔 만원’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 행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주세법 개정 전 수입 맥주는 수입 신고 가격과 관세만 과세표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산 맥주에 비해 수입 맥주에는 주세가 상대적으로 적게 부과된 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맥주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2018년 국산 맥주 출고량은 약 9%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편의점 수입 맥주 점유율은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2020년 주세법 개정안 발효 이후 판도는 달라졌다.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판매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뀌면서 국산 맥주, 특히 수제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매출액은 2013년 93억원에서 2020년 1180억원까지 급증했다.
그동안 수제맥주는 좋은 재료를 넣을수록 세금이 늘어나는 체계로 비싼 가격이라는 진입장벽이 있었다. 주세법 개정 이후 수제맥주에 붙는 세금이 최대 30%가량 줄게 됐다.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취향 소비 추구는 수제맥주 인기에 불을 붙였다. MZ세대는 자신의 취향과 스타일의 가치를 높이는 소비에 관심이 높으며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개성 넘치는 맛에 도수까지 낮은 수제맥주가 각광받는 이유다.
김진만 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편의점에서 파는 술이 아니라 ‘내 취향의 술’을 찾고 고르는 경향이 크다”며 “수제맥주의 경우 다양한 맛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만 낼게요… 무알코올 맥주 ‘쑥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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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는 무알코올 맥주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무알코올 맥주./사진제공=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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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주 트렌드에 따라 무알코올 맥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무알코올 맥주는 일반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도수와 열량이 낮아 부담 없이 가볍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2년 13억원 수준이었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지난해 200억원대로 커졌다. 3~4년 안에 2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2021년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전년비 501.3% 신장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홈술족의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편의점 주류시장에서 그동안 비주류로 여겨졌던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알코올 맥주 인기는 여성과 20대 소비자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알코올 맥주의 남녀 성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여성이 70.9%를 차지하며 29.1%를 차지한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대별 신장률에서도 20대가 572.4%로 전년비 가장 크게 늘며 무알코올 맥주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30~40대는 497.2%, 50대 이상에서는 459.5%으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홈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과음 대신 집에서 가볍게 음주를 즐기려는 문화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진 것이 무알코올 맥주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연희진 toyo@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유통팀 연희진입니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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