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카페골목은 이름과 달리 역세권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자골목 풍경만 즐비했다. /사진=김창성 기자 |
특별하지 않았다. 차별성도 없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그런 상권이었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카페골목은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OO길·OO골목 등과 같은 유명 거리와 견줄 수 있는 '한방'이 없었다. 카페골목 상인들은 장사가 그럭저럭 된다고는 했다. 하지만 카페골목이라 불리는 이곳이 과연 그 이름에 걸 맞는 상권인가 하는 의문과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
◆술집·PC방이 점령한 카페골목
9호선 구반포역에서 10분가량 걸어 카페골목으로 향하는 도로에 도착했다. 도로에 진입하자 고층아파트가 자리한 탓에 일대 모두에 그늘이 져 있어 가뜩이나 찬바람이 쌩쌩 불던 날씨가 더 춥게 느껴졌다. 고층아파트가 만든 200여m의 그늘을 지나 카페골목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왕복 2차선 차도 양 옆으로 자리한 방배동 카페골목은 입구부터 심상치 않았다. 여기부터 ‘방배동 카페골목’입니다 라는 간판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여기가 카페골목 맞나요?”라고 물어서 “맞다”는 답변을 들었음에도 내가 맞게 찾아 왔나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카페보단 술집과 식당이 많았다. 아기자기한 카페가 즐비할 것이란 생각은 터무니없었다. 역세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자골목 느낌이 더 강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횟집·고깃집·술집·편의점·PC방·당구장·모텔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번화가 풍경만 눈에 들어왔다. 대형 가맹점에 속한 스타벅스·탐앤탐스·커피빈·카페베네·파리바게트·던킨도너츠·올리브영 등이 곳곳에 자리했지만 개성있는 소규모 카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평일 낮 시간에 방문한 탓에 상권의 활기도 느낄 수 없었다. 450여m에 이르는 카페골목을 왕복하는 동안 카페골목의 차별성은 보이지 않았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아마데우스, 제임스딘, 휘가로, 보디가드 등 유명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해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로 명성이 자자했다는 방배동 카페골목의 현주소는 그저 흔한 ‘먹자골목’에 불과했다.
방배동 카페골목은 아기자기한 카페는 적고 스타버스와 같은 대형 가맹점 계열의 커피숍이 더 많다. /사진=김창성 기자 |
“위치가 좀 애매하죠. 지하철역 바로 앞도 아니고 10분은 걸어와야 하니깐. 카페보다 술집이 많은데 골목 이름도 어색하고......”
인근 가구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카페골목의 모습을 이 같이 평가했다. A씨의 말처럼 방배동 카페골목은 지하철역과 다소 떨어진 애매한 위치, 이름과 다른 상권으로 구성돼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판단도 비슷했다. 카페골목을 둘러싼 10개의 아파트단지 주민과 인근 가구단지 및 중소기업 근로자 등 고정수요는 탄탄한 편이지만 외부 인구 유입은 그다지 많지 않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구회사를 비롯해서 의외로 자잘한 회사들이 많고 아파트단지와 골목 곳곳에 원룸도 있어 고정수요는 탄탄하다”며 “하지만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상권 구성이라 사람들이 강남역·홍대·건대 등을 찾아가는 것처럼 여길 찾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이들은 모두 카페골목 상권이 현상유지는 하고 있지만 발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 곳곳에 문을 닫았거나 업종 변경을 위해 공사 중인 곳이 보일 만큼 분위기도 다소 가라앉았다.
1980~1990년대 황금기를 지나 2000년대 들어 침체기를 거친 방배동 카페골목은 최근 상권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서초구청은 방배동 카페골목을 포함한 관할 골목상권 활성화 및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방배동 카페골목 상권이 체감하는 활성화 대책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방배동 카페골목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 C씨는 “골목 활성화를 위한 대책 시행으로 상권 분위기가 더 나아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상권 구성과 안 맞는 카페골목이라는 이름부터 버리고 새롭게 태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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